우스개 소리부터 하지요.
어느 기독교 국가에서 세계의 모든 직업 중 어느 직업이 가장 오래되었는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고 합니다.

먼저, 의사가 나와 말하기를 "하느님께선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지요. 그때부터 의술은 존재했습니다. 하니 의사가 단연 가장 오래된 직업이지요"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를 잠자코 듣던 건축가가 나와서 "허허 하나님께선 혼돈의 상태에서 이 세상을 만드셨지요. 건축가야 말로 가장 오래된 직업입니다." 잠시 뒤 정치가가 씩 웃으며 살며시 속삭였습니다. "그럼 그 혼돈의 상태를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웃자고 해본 얘기입니다만은 웃을 수만은 또 없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름값 오르고, 배추값 오르고, 여기저기서 사람도 못살겠다고 난리고, 동물들도 구제역으로 AI로 죽어가는데,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서로 으르렁 거리며 쌈박질이나 하던 한 민주당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지요.

바로 지난 4일 정치자금법 일명 '청목회법'을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기습처리한 사건말입니다. 국민들을 죽겠다고 난리들인데 자기들 배채울 생각만하고 있으니 위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자신의 배나 불릴 생각에 빠져있을 때 오늘(3월 7일)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죽음을 각오하고 45m높이의 송전철탑위로 오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주노동당 거제시위원원회 비정규직위원장이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의장의 얘기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로 살아온 지 4년. 그 누구도 그 어디에도 이들을 사람으로 여겨주지 않았습니다. 현대판 노예의 다른 이름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사람다운 삶이란 한난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지만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의 대상으로 항상 저임금과 고질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을 뿐입니다. 하여 사람답게 살겠다는 일념하나로 하청노동자들의 조직을 만들고자 했지만 이러한 노력도 자본의 장벽 앞에서 좌절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청의 직접개입으로 인한 위장 폐업과 해고.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하청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역시나 이 것뿐이었습니다.

얼마전 법원에선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이라고 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은 사내 하청 노동자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2010년 매출12조 745억원, 영업이익 1조 111억원 사상최대 경영성과 달성의 주역이지만 여전히 이들은 한 달에 400시간이 넘는 잔업 특근이 가능한 고장날 줄 모르는 말하는 기계 비정규직노동자들입니다.

언제까지 이래야합니까?
언제까지 똑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고 무시당해야합니까?

2년 전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사람답게 살고자했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꿈을 자본의 논리로 무참히 탄압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대우조선해양이 또다시 한 노동자의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소박한 꿈을,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또다시 자본의 힘으로 짓밟는다면 이제는 강병재 한 사람이 아닌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비정규직 노동자 넘어 정규직 노동자와 모든 진보적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민주노동당 거제시위원회 강병재동지의 투쟁이 결코 외롭거나 헛되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다시한번 대우조선해양이 책임있는 자세로 사태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11년 3월 8일

민주노동당 거제시 위원회